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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시대 국가 경쟁력, ‘전력망’에 달렸다 
      • 김정봉
      • 2025-12-08
      • 28
    • AI 시대 국가 경쟁력, ‘전력망’에 달렸다

      • 출처 : 전기저널 박경민 기자(http://www.keaj.kr/news/articleView.html?idxno=6048

      2025년 8월, 울산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AI 전용 데이터센터인 ‘SK AI 데이터센터 울산’의 기공식이 열렸다. 장기적으로 1GW까지 확장될 예정인 이 하이퍼스케일급 시설은 단순한 신축 AI 데이터센터가 아닌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를 상징한다.
       

      수도권이 아닌 울산에 입지를 정한 큰 이유는 인근에 위치한 발전소 때문이다. 과거 데이터센터 입지의 핵심 조건이 초고속 통신망이었다면, 이제는 안정적이고 대규모의 전력 공급이 최우선 요소가 됐다는 방증이다. 네트워크 지연은 기술로 줄일 수 있지만 전력망의 한계는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는다. 물리적 한계는 물론 정책적 고민, 환경 문제, 인프라 투자에 이르기까지의 고민을 일거에 해결해야 전력 공급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2024년부터 수도권 신규 데이터센터 건립을 제한하기 시작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 비롯됐다. ‘전력 계통영향평가’ 제도와 공급 허가 등 각종 규제로 인해 서울·경기 지역 데이터센터 건립이 실질적으로 중단된 상황이다. 실제로 전체 데이터센터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전력망도 한계에 봉착했다. 주요 IT 기업이 고객 수요를 이유로 수도권을 선호하면서 송전망 혼잡이라는 병목 현상까지 우려되고 있다. 이러한 집중은 물리적 한계를 넘어 지역 불균형과 국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5월 발간한 ‘전력망 과부족의 파악과 투자 우선순위의 결정’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발전소·변전소 설비 용량은 2배로 늘었지만 송전망 증설은 27%에 그쳤다. 전기를 만드는 능력은 커졌지만 이를 전달할 길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AI 데이터센터는 물론 반도체·배터리·바이오 특화단지 등 전력 다소비 산업이 동시에 수요를 끌어올리면서 병목 현상은 더욱 심화되는 실정이다. 송전망 혼잡은 한 순간에 대규모 정전을 일으킬 수도 있어 국가 전체 에너지 시스템 리스크로 간주된다. 문제는 이 혼잡을 객관적으로 계량·관리할 공식 지표조차 없는 상태라는 점이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 전력망 확충은 필수?

      AI 확산은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를 급격히 늘리고 있다. 한국IDC(International Data Corporation)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국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28년까지 연평균 11%씩 성장해 2021년 7.91TWh에서 2030년 19.4TWh로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AI 고성능 서버(GPU·TPU 등)와 냉각 설비가 늘어나면서 일반 IT데이터센터 대비 4배 이상 에너지를 소모하는 하이퍼스케일 시설이 속속 등장한다. 글로벌 기준으로 2030년에는 데이터센터가 세계 전체 전력 소비의 3%를 차지하게 되며, 국내에서도 반도체·배터리 특화단지, 초대형 AI센터 등이 15GW 이상의 추가 수요를 일으킬 것으로 예측된다.
       

      전력망 확충은 이에 대응하는 필수불가결한 과제다. 하지만 단순 증설이 능사는 아니다. 송전망은 한번 건설하면 수십 년간 유지비가 누적되기 때문에 과잉투자는 사회적 비용을 키운다. 선로만 늘린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확대되면서 전력 공급은 시간·지역별로 크게 변동한다. 반면 데이터센터는 상시 대규모 수요를 유지한다. 결국 문제는 물량이 아니라 유연성이다.
       

      계통 혼잡비용(LMP)과 지역별 요금제 도입 논의

      전문가들은 ‘모선별한계가격(LMP, Locational Marginal Price)’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미국과 유럽 등 일부 선진국은 LMP를 통해 지역 간 송전 병목, 전력 수요 변화에 따른 비용을 전력 소비자에게 고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합리적 투자와 요금 차등 적용을 실시하고 있다. 혼잡도가 높은 지역의 전력 가격은 자연스럽게 상승하고 송전망 투자 우선순위도 객관적 데이터에 따라 결정된다. 한국은 아직 전국 단일 요금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지방에 데이터센터를 지을 유인이 부족하다. 만약 LMP 기반 지역별 차등요 금제가 도입된다면, 수도권 데이터센터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지방은 요금이 낮아져 자연스럽게 분산과 균형을 실현할 수 있다.
       

      AI 기반 EMS(에너지관리시스템)로 수급과 혼잡을 실 시간 관리하는 것도 주요한 과제로 제시된다. ‘예측-제어-검증’이 묶인 운영 체계가 전제다. 송·배전 데이터, 재생에너지 출력, 대형 수요처 부하를 실시간으로 통합해 혼잡 구간과 잔여 용량을 먼저 보여주는 EMS 시스템에 AI를 접목해 수요반응, ESS를 비롯한 유연성 전원을 매칭하면 병목과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AI 데이터센터처럼 상시 고정 부하가 큰 수요처일수록 EMS의 가치가 크게 체감될 것으로 기대된다.
       

      데이터센터 자체에 연료전지, 소규모 가스발전 등 분산형 온사이트 발전을 붙여 계통 부담을 줄이는 것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전력망 대기시간과 접속 제약을 줄이는 현실적이고 당장 실현가능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연료전지와 가스/수소 엔진은 설치 기간이 짧고 부지 단위로 분산 배치가 가능하다. 실제로 북미에선 AI 데이터센터를 대상으로 연료전지 전원을 확대하는 추세이며 가스·수소 엔진을 데이터센터 백업/주전원으로 적용한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다만 천연가스 사용이 환경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과도기 ‘브릿지’로서 성격이 강한 만큼 탈탄소 해법이 함께 병행돼 지속 가능한 여건을 명시하는 설계가 필요하다.

      일각에선 한전과 전력거래소로 나뉜 전력 계통 관련 기능을 통합해 일관된 판단 체계를 마련하는 제도 개편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나온다. LMP 등 혼잡 기반 가격체계로 전환할 경우 데이터 공개, 책임 귀속, 실시간 의사결정의 정합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소한 이해 상충 해소와 거버넌스 보완 등으로 정보·관제·정산 로직의 단일화, 혼잡비용 관련 법제화 등이 필요하다. 정부 송·배전 통합 관제에 이 같은 내용이 포함돼 시너지를 내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
       

      유연한 전력망으로 AI 데이터센터 입지 유인 제공해야

      AI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려는 각국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미국 오리건은 값싼 수력 전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기업 유치에 나섰다. 북유럽은 재생에너지와 냉각 비용 절감 효과로 그린 데이터센터 허브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전력망 부담과 환경 문제로 신규 데이터센터 건립을 제한했던 싱가포르도 조건부 허용으로 돌아섰다. 중국과 일본은 지역별 요금제와 지방 분산 정책을 강화하며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고 있다. 아직 전국 단일 요금제와 중앙집중형 전력 구조, 전력 수요의 수도권과 밀이 지속되는 우리나라는 AI 데이터센터 유치 경쟁에서 뒤처질 위험이 있다.
       

      정부는 데이터센터, 반도체, 배터리 등 전력 집약 산업을 아우르는 특화단지와 전력망 투자를 패키지로 추진하고 있다. 수도권 신설 제한, 비수도권 인센티브, 세제 지원 등이 병행된다. 여기에 더해 LMP 기반 과학적 지표를 도입하고 계통혼잡 비용 공개도 필요하다. 기업이 합리적으로 입지를 결정하고,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요소다.
       

      AI 산업은 알고리즘이나 반도체만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그 모든 기반은 안정적이고 저렴한 전력망이다. 송전망 투자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이 아닌 국가적 전략 과제다. 혼잡 지표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요금제 개편으로 분산을 유도하며, 지능형 EMS와 분산 발전을 결합해야 한다. 데이터센터는 국가 생산성을 좌우하는 전략 자산이며 그 토대는 전력이다. 전력망을 국가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로 인식하는 것이 AI 시대의 출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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